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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달리기 그리고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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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천달리기
댓글 0건 조회 111회 작성일 21-12-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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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자전적 에세이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작가로 입문하기 전 재즈 바를 운영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대학을 다니면서도 공부보다는 인생을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쪽을 택해 레코드 가게에서 일을 하거나 신주쿠 카부키초 유흥가의 재즈 바를 밤을 새며 드나들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기 전 결혼을 했는데, 음악을 좋아해서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려 도쿄 외곽 고쿠분지 역 근처에 ‘피터 캣(Peter Cat)’이라는 재즈 바를 열었다.

처음에는 재즈 레코드 판을 틀어 놓고 영업을 시작했다. 나중에는 집에 있던 피아노를 갖다 놓고 주말마다 무명의 재즈 뮤지션을 초청해 라이브 공연을 했다. 대출금을 갚아야 해서 경제적으로는 항상 빠듯했지만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는데다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틈틈이 책이나 영화를 볼 수 있어 그런대로 만족스러워 했다. 3년쯤 지나서는 도심인 시부야 센다가야로 이전해 라이브 공연을 위한 그랜드 피아노도 들이고 가게도 확장했다. 이십 대 후반에는 가게 운영도 어느 정도 안정된다.

그러던 1978년 4월 어느 쾌청한 날 오후 하루키는 프로야구를 보러 간다. 하늘이 보이는 야구장의 비탈진 잔디밭에 누워 야구 구경을 하던 그는 평소 응원하던 야쿠르트의 타자가 2루타를 친 공을 손으로 잡고는 문득 자기가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때 불현듯 떠오른 생각을 그는 초자연적인 출현이나 현시를 뜻하는 ‘에피파니(epiphany)’란 영어 단어로 표현했다.


30세가 찾아오기 바로 전 해인 1979년 드디어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출간한다. 하루키는 어릴 때부터 미국 작가의 작품을 탐독하고 재즈 음악에 심취했다. 작가가 된 후에는 아예 유럽과 미국에 체류하면서 글을 썼다. 이러한 경험은 나중에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그가 재즈 바를 운영하고 스스로 와인 및 위스키 애호가로서 직접 경험했던 내용도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마라톤을 뛸 때는 끝나고 시원한 맥주를 한잔하는 상상으로 힘든 구간을 이겨낼 만큼 맥주와 칵테일도 좋아했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그가 좋아하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에서처럼 술에 관한 상세하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직접 일어로 번역했고,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위스키 양조장을 탐방한 후 ‘위스키 성지여행’이라는 여행 에세이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키가 스콧 피츠제럴드와 다른 점은 결코 술에 통제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피츠제럴드가 건강을 돌보지 못해 요절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영혼을 강고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혼을 담는 틀인 육체’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자동차의 두 바퀴에 비유하기도 했다.  

와인과 위스키, 여행 그리고 책읽기와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하루키는 장거리 달리기를 한다. 100㎞ 울트라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아예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도 썼다. 달리기는 그의 작품에 있어 또 다른 원천이다. 하루키는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 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로마와 토스카나, 핀란드, 그리스 등지의 유럽과 보스턴, 뉴욕, 포틀랜드, 하와이, 멕시코, 터키, 시드니, 라오스, 몽고 등 전 세계를 여행하거나 한 곳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글을 썼다. 스스로 여행이 그를 키웠다고 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여러 가지 외국어를 한다. ‘하루키의 여행 법’ 등 많은 여행 에세이도 썼다. 하루키 작품속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해외 곳곳의 장소를 지도상으로 분석하여 쓴 학술 논문이 있을 정도다.

하루키는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 일본의 한 남성 패션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무라카미 T’라는 티셔츠에 관한 에세이를 펴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글은 현실적이고 디테일이 강하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매니아를 ‘하루키스트(Harukist)’라 부른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을 지칭하지만, 그들 중에는 하루키의 라이프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필자도 하루키의 작품보다는 하루키의 취향과 사고방식, 라이프 스타일을 더 좋아한다.

와인을 마실 때 유럽 어느 낯선 도시의 바에 처음 들어서서 느낀 생경하면서도 묘한 설렘이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어느 때는 해가 지는 저녁나절 미국의 시골에 있는 작은 마을의 들판을 달리던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스토리를 구성한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온통 푸른 들판엔 한여름의 따가운 햇볕이 군데군데 하얀 반사광을 만든다.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이 이야기이다. 이번 글은 기차 여행길에 쓴다. 다음 편엔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와인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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